백두별 까지는 빛의 속도로 520년 정도 가야 한다. 그 주위를 도는 행성 한라는 목성보다 약간 더 무거운, 목성과 비슷한 가스형 행성이다.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 발견될 확률은 명왕 성처럼 작은 천체보다 목성처럼 덩치가 큰 행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명왕성처럼 행성 인지 아닌지 정체성을 의심받는 일은 한라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한라를 무엇이라고 부르든 한라는 별로 신경쓰지 않겠지만. (전자책 기준 89%)
그 멀고 어둡고 추 운 곳에서, 하트 무늬처럼 보여 지구인에게만큼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얼음평원 스푸트니크를 소중히 품은 채 태양으로 연결된 보이지 않는 중력의 끈을 잡 고 있을 뿐이다. 그 곁을 오랫동안 지켜온 위성 카론은 명왕성의 위성으로 보기에는 너 무 덩치가 커서 위성이 아니라 명왕성과 이중행성계를 이루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 러나 카론 역시 자신을 무엇이라 부르든 개의치 않는다. 명왕성, 그리고 자신보다 더 작은 여러 위성 친구들과 서로 중력을 주고받으며 아주 오랫동안 멈추지 않을 자신들 만의 왈츠를 추고 있을 뿐이다. (전자책 기준 89%)
돌고래자리를 생각하면 그날의 풍경이 함께 떠오른다. 초여름밤 자연대 옥상의 약 간 서늘한 공기, 주변 건물의 조명과 교내의 가로등과 도심에서 오는 불빛 때문에 부영 게 밝은 하늘, 신갈 호수와 매미산 사이로 살짝 떠오른 작고 희미한 돌고래자리, 내 기 억력과 시력을 동시에 의심하며 머뭇거리다 마침내 확신을 얻었을 때의 어린애 같은 기쁨. 그렇게 배운 별자리는 잊을 수가 없다. (전자책 기준 91%)
밤도 흐르는데, 계절도 흐르겠지. 나도 이렇게 매 순간 살아 움직이며, 인생을 따라 한없이 흘러가겠지. 내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도 밤은 흐르고 계절은 지나간다. 견디기 힘든 삶의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물 아래 납작 엎드려 버티고 버 텼던 내 몸을 달래며, 적도의 해변에 앉아 커피 한잔 놓고 눈멀도록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한낮의 열기가 다 사위고 나면, 여름밤의 돌고래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가 만히 있어도 우리는 아주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라고. 잠시 멈췄대도, 다 괜찮다고. (전자책 기준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