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제가 결코 쉬울 리 없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떠올릴 때, 우리가 꼭 기억할 점이 있다. 15세기에 뇌전증 환자를 고발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혹은 다수는, 어쩌면 대부분은 우리와 썩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었으리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진심이었고, 신중했고, 윤리적이었고, 자신들의 사회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를 걱정했고, 자식들에게 더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했다. 다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에 의거하여 행동한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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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최고로 나쁘고 해로운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다룰 때, ‘악’이나 ‘영혼’ 같은 단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여긴다면 좋겠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에 그런 단어가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자동차 정비소에서 그런 단어를 쓰지 않는 것처럼, 법정에서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비유는 결정적인 측면에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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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견해에 본능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간을 고장난 기계에 비유하는 것이 비인간적인 짓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인간을 악마화하고 죄인으로 질책하는 것보다는 이편이 훨씬 인간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