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푸른데 하늘이 푸르다고 책에 쓰여 있다 마음이 무너졌는데 슬픔에 빠져 매일 술에 취해 있다고 쓰여 있다 내 영혼의 불꽃, 그렇게 쓰여 있다 눈밭 위의 고독이라고도 쓰 여 있다 너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책에 있는 것
멀리 지나가는 새들의 이름이 책에 있다 새의 모양과 생활사도 있다 책을 덮으면 새를 무서워하는 네가 있고 흘러 가는 시간이 있고 새가 지나갔으나 보이지 않는 궤적이 있다 그것들은 모두 내가 모르는 것
...
새 한 마리가 우리 머리 위를 맴돌다 떠나간다
내가 아는 것은 그 새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
새가 울면 아침이 온다 아침이 오면 책이 펼쳐진다 책을 펼치면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겠지 더 큰 책 안에 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것을 내가 알고 있었다 그게 참 이상했다
pp.106-107 <내가 아는 모든 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