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이런 논쟁을 하면서, 나는 그분이 멸시하는 타자에 나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우정이나 연애 감정에 있어서도 '제3세계'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끌렸다. 우리 사이에서 도 제3세계라는 말이 적절한 용어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지만 말이다. '개발도상국'이 정치적으로 더 올바른 용어가 되면서 '제 3세계 국가'를 대체했지만, '제3세계'라는 말에는 국가와 민족 간 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상기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p.266
아버지는 대영제국에 해가 지지 않던 시절에 성인이 되었던 반면, 이전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대학 캠 퍼스를 메우고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기존 역사의 지배적 담론 을 바꿔가던 시절에 성인이 되었다. 그 시절 탈식민주의 학자들 이 주장했듯, 제국은 글쓰기로 역습을 당하고 있었다. 나는 여성, 피식민자, 억압받는 자라는 새로운 시선을 통해 엄마가 직면했 던 부정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중 다수를 보았지만, 여전히 엄마가 한국에서 보냈던 과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이라곤 엄마가 전쟁 통에서 살아남았고, 일종의 서비스업에 몸담았으며, 학교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 뿐이었다.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