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리고 약했으며 그래서인지 원하는 게 많았다. 언제나 손에 쥘 수 없는 것을 바랐기에, 자신이 든 것은 너무 가볍거나 무겁다고 느꼈다. 결국 그는 모든 걸 뒷전에 둔 채로 자개장에 들어섰다. 돌아올 거리는 재지 않았다. 애초 돌아간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사막에 발을 디딘 후 에야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텅 빈 땅이 있었다. 바람에 따라 매 순간 제 모습을 바꾸는 땅이었다. 여자는 자신이 집으로부터 아주 멀리 왔으며, 이제 앞에 놓인 것은 갈림길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마는 말했다. 나는 선택했어. 그래서 너희를 만난 거야. p.272
정우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장소가 만들어졌다. 나는 그 장소가 좋았다. 그 장소가 더 넓어졌으면 했다. 그러나 더는 거기에 갈 수 없다. 내게는 하나의 갈림길만 남았다. 한때 엄마가 앞둔 것과 같은 길이었다. 돌아가거나, 혹은 아주 멀리 가거나. 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