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죽음으로써 나를 덮쳤다. 죽었기 때문에. 의도한 게 아니라서 더욱 끔찍했다. 소름 끼칠 듯한 부드러움은 의도한 잔인함과는 다른 형태로 나를 죄책감에 빠뜨렸다. 더 깊이 더 오래.
고양이가 쥐들과 똑같았던 점은,
찍찍 소리가 없었다는 것.
고양이가 쥐들과 달랐던 점은,
쥐들에게는 의도적이었고 연민을 느꼈다는 것이다. 고양이의 경우는 쓰다듬으려다가 물렸기 때문에 씁쓸했다. 거기에는 강요받는 경우와 같은 무엇이 있다. 누르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pp.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