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그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보곤 했다. 올해 수상자인 욘 포세는 이전에도 잘 몰랐던 작가였고, 작품도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이 작품, <아침 그리고 저녁>은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이었다. 150여 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적고 또 읽기도 어렵진 않았지만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시간의 간극이 당황스러웠다. 태어나자마자 생의 마지막 날로 직행하는 그런 작품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 간극은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요한네스의 마지막날로부터 그의 삶을 역추적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
다 읽고 나서는 탄생과 죽음. 그것이 이 작품의 제목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절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삶과 죽음은 탄생과 죽음보다는 오히려 더 모호했다. 2부에서 요한네스는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가 죽었다는 것은 말미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죽고 나서도 그는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의 친구 페트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왜 죽어서도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했을까?
여기에서 작가가 우리의 삶은 죽어서도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서 계속 이어진다는 것.
또한 이 작품의 문제 역시 독특하다. 생각하는 것들이 쉼표로 계속 이어져서 어디가 문장의 끝인지 찾기가 어려웠다. 반면 마침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열 군데 정도 있다고 한다) 더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문장은 짧게 계속 이어져서 그 속에서 운율이 느껴졌는데, 마치 작품 전체가 하나의 산문시같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들은 한줄씩 끊어져 있어서 더욱 시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그러한 리듬감이 욘 포세 작품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문장들 속에는 인물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어떻게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들이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도록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비록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작가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평화롭고 좋은 곳일 것이라고 보여준다. 그것이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구태여 죽음을 서둘러 맞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오늘이다. 이 삶 속에서 우리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며, 함께 하는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껴야 할 것이다. 이 평범한 일상이 돌아보면 행복이었음을 깨닫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