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전진했다. 십 초 정도 됐을까. 그때 차를 움직이고 있는 건 내 안에 가득찬 증오의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엔 내가 범인으로 지목된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남편이 사라진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66%
드디어 이 일을 완수했다는 홀가분함과 결국 내 인생이 이렇게까지 나빠졌다는 스스로에 대한 증오가 뒤섞여 막막한 밤을 보냈다. 66%
내 머릿속에 든 어지러운 생각들을 정리해야만 했다. 내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런 사람과 살고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남편은 나에게 언제나 좋은 사람이다. 아니, 좋은 남편이었다. 남편이 이끌어준 덕분에 내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여겼다. 하지만 남편은 나를 소외시키면서 좁은 영역에 몰아넣고 그 안에서 내가 만족하게끔 이끌어왔는지도 모르겠다.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