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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덕에 중산층이 몰락하는 시대에 몰락하지 않을 수 있었죠. 행운이란걸 알아요. 그래도 요즘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걸 모조리 경제적인 이유로 설명할수는 없어요. 공기가따가워서 낳지 못하는 거야. 자기가 당했던일을 자기 자식이 당하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딜수가 없어서 혼자서는 지켜줄수없다는걸아니 까. 한국은 공기가따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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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덜 다친사람. 나보다 세상을 덜 괴로워하는 사람이 뉴스를 그냥 통과시킬수있는쪽이."
거기까지 말하자 설득도 그쳤다. 뉴스는 화수에게 와 독하게 고이곤 했다. 일곱 살짜리가공원화장실에서 강간당하고, 스물한살짜리가 그저 이별을 원했단 이유로 목이 졸렸다. 앞으로도 통과시킬수없을거란걸 알았다. 명혜는 한숨을 쉬며 방안을 시선으로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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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혜가 둘째딸의 반박을 받아들였다. 우윤과 규림과 해림은 각자의 이유로 시선에게서 뻗어나온 가지의 끝이 되기로 조용히 마음먹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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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는멈추고끊겨 전달되지 않을 것들을 헤아려보았다. 어릴 때 엄마들이 머리를 묶어주던 여러 방식, 변형된 자장가들, 절판된 그림책들, 배앓이를 할 때의 민간요법, 카나페 레시피들, 냉동실의 미니 눈사람, 잔흠집으로 뒤덮여 그것이 무늬처럼 된 반지, 함께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모이던 습관, 카드놀이의 이례적인 규칙, 죽고 없는사람들이 가득한사진앨범들, 무겁지만 시원한 대나무돗자리, 변색된 병풍, 마흔살짜리 화분, 우표 부분이 다뜯겨나간편지들, 홀수로 남은 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