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가 원래 그런 거 아닐까? 더러는 점 같고, 혹은 사이비 같고, 곱씹다보면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한 그런 거. 근데 사실 진짜 셰익스피어가 한 말은 아닐지도 몰라. 무슨 명언이라 하면 다 셰익스피어가 했다잖아. 그 양반 너무 많은 책이랑 희곡을 쓰고 온갖 말을 남겨서 실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열 명이라는 말도 있고." pp.73
좋은 사람. 그 흔해빠진 네 글자가 괜히 생경하게 느껴졌다. 저 달 너머 무지개 세계에나 존재하는 환상의 동물과도 같은 느낌이라, 나는 눈을 흐리게 떴다. pp.74
모든 말에는 힘이 있다. 특히나 어떤 말은 주술에 가까울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알지 못하는 새 마음을 파고들어 삶의 각도를 아주 조금 바꿔놓기도 한다. 그때, 그 보름날 한영의 말 덕분인지 아니면 외로움의 시효가 다 됐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날 이후 나는 일 센티미터 정도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p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