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홀은 장식을 다 뜯어내고 페인트칠까지 새로 해서 연회색의 멀끔한 건물이 되어 있었다. 요양원에 어울리는 외관이었다. 자연스레 이 건물에 들어올 노인들이 떠올랐다. 시간표에 따라 잠이 들고, 잠에서 깨고, 배식을 받아 밥을 먹고, 창밖을 보듯 벽을 보며 순서대로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 그것이 훗날 나의 모습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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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 년 전 나는 이곳에서 결혼했다. 아이를 임신한 채였고 곧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어쩌면 버진 로드를 걸어가며 불가에서 온기를 찾는 중년의 여자를 환상처럼 보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