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본질적 으로는 오류와 망상을 낳는 괴물이라 해도 최소한의 의사 전달 통 로이긴 하다. 혈관 내벽에 이물질이 끼이고 쌓였더라도 어쨌든 피 가 웬만큼 돌아야 살 수 있듯이.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작은 이해 를 기대해볼 수도 있고. 그것이 실은 이해라는 외피를 쓴 마취제 위로에 불과함을 알더라도 말이다...... p.67
말을 떠올리고 사용해야 할 뇌 공간을 공포와 경악이라는 즉물적 감각에 통째로 양보한 것처럼. 양보가 아니다. 약취, 침탈, 점령당한 사고의 맥분이 말의 빵으로 빚어지지 못한다.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