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시피 철학자들은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에 이토록 예민하 다. 그렇다면 시인들은? 내가 보기에 황동규는 외로움이 더는 외 로움이 아니게 되는 순간을 가장 섬세하게 포착하는 시인 중 하나 다. pp.139
그때의 외로움은 더이상 외로움이라고 불리는 그 감정이 아닌 데, 그것은 철학자들이 고독이라 부르는 것과도 또 달라서, 그는 새로운 말까지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홀로움 이다. 이 말 앞에서 나는 애가 탄다. 이것은 어떤 상태일까? 시인 의 속시원한 설명은 없고 대신 홀로움에 대한 시만 여럿인데, 그중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를 나는 가장 좋아한다. pp.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