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윌리엄 트레버는 백 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의 마지막 단편집인 <마지막 이야기들>은 사후 2년 뒤인 2018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서는 올해 번역본으로 출간되었다.
그의 단편집을 읽어본 것이 처음이라 이 책만으로 그의 작품세게를 논하는 것은 어렵다. 게다가 그의 거진 마지막으로 집필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집에 <마지막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듯하다.
이 단편집에는 총 열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동명의 단편은 없다. 마지막을 의미하는 작품들은 여럿 있었지만.
이 단편집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 특히 단편작품들에 대한 찬사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작품집에서도 그는 인생을 통해 얻어진 성숙한 시각과 절제된 표현력을 통해 삶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죽음을 비롯해서 삶의 많은 비극에 대해서도 그에 굴하지 않고 초연함을 유지할 수 있는 강인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작품 속에서 표현된 많은 감정들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흔하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각각의 작품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삶을 누르고 있는 무게들이 있다. 그것은 그들의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것들이며 다른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며, 쉽게 바뀔 수는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극복해 가는 것이 삶에 대한 자세가 아닌가. 그러한 것은 비단 작품속의 인물들 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이기에, 그에 공감하기도 하고 또 유사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듯하다. 비록 우리는 작품 속에서 그들의 아주 일부분의 모습만을 볼 수 있을 따름이지만.
작품들을 읽으면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도 떠올랐다. 윌리엄 트레버가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작품의 주인공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성찰이 마치 '에피퍼니'처럼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제임스 조이스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더블린 사람들>에서는 좀 더 심각하고 시니컬하게 사회문제, 정치적인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결말이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반면 <마지막 이야기들>에서는 좀 더 사람들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좀 더 부드럽다. 그러면서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파고든다. 그러한 점은 제임스 조이스와도 유사한 면이 있지만 마치 외과와 내과만큼이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죽음의 과정마저도 격하지 않게 그려진다.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초연하다. 그리고 인물들의 배경 혹은 관계는 자세히 드러나지 않는다. 많은 것들이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진다. 그래서 작품에 몰입할수록,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할수록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어쩌면 열린 결말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