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화해를 제도화하고, ‘진실’ ‘사과’ ‘용서’ ‘배상’ ‘사면’ ‘망각’ 같은 개념들과 씨름하는 유일한 종이다. 그 난제를 제도화하려는 시도의 정점은 이른바 진실과화해위원회TR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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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TRC의 목적을 학대 가해자들이 자백하고, 공개적으로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빌고, 그러면 피해자들은 용서해주고, 양자가 눈물 바람으로 얼싸안는 결과를 낳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 TRC는 보통 실용주의적이다. 가해자들은 “내가 이런 행위를 했지만, 당신들을 다시는 해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는 기조로 말하고, 피해자들은 “좋다, 우리는 법외 보복을 행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는 기조로 말한다. 덜 훈훈하긴 하지만, 이 또한 비범한 성취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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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통할까’? 그때그때 다르다. 한 변수는 무엇에 대한 사과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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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누가 하는가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