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그는 집에 사소한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감지했다. 절대로 변하지 않으리라 확신했던 것들이 이러한 변화를 겪자 그의 어린아이다운 세계관은 미미한 충격을 받았다. 그의 영혼의 깊숙하고도 어두운 곳에서 이따금 꿈틀거리는 듯 느껴지던 야망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p.103
때로는 속이 뜨거워져 하릴없이 저녁 무렵의 한적한 거리를 홀로 배회하기도 했다. 정원에 깃든 평온함과 창문에 비친 아늑한 불빛들이 그의 불안한 가슴을어루만지듯 정다운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놀면서 떠들어대는 소리는 짜증을 돋우었고 아이들의 바보갚은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클롱고우스에서보다 훨씬 더 날카롭게 다가왔다. 그는 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영혼이 그토록 끊임없이 갈구해온 환상적인 여인의 이미지를 현실 세계에서 만나고 싶었다. p.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