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나는 보석의 <교사>가 뇌의 뉴런을 하나도 빠짐없이 감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 식의 감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너무 방대한 데다가, 뇌 조직 전체를 물리적으로 침범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모종의 정리에 의하면, 필요 불가결한 소수의 뉴런들만 표본으로 추출해서 검사한다면 전체 뉴런을 검사하는 것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유효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반증할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타당한 모종의 가정을 받아들인다면) 그런 결과에 수반되는 오차의 한도는 엄밀한 수학적 계산에 의해 산출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미세하더라도 바로 그런 오차야말로 뇌와 보석을, 인간과 기계를, 사랑과 모조품을 구분하는 차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즉시 에바는 추출된 표본의 밀도를 근거 삼아 근본적이고 질적인 구분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전자책 기준 46%)
생화학적인 미세한 변화, 즉 그것을 규정하는 특정 유기 분자들의 양자역학적 양태가 인간 의식의 본질과는 무관하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의식은 뇌 신경망의 위상적 배열을 추출해서 복제하는 것만으로는 생겨나지는 않는다. (전자책 기준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