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덫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아침식사 때는 꿋꿋함의 덫에, 저녁식사 때는 빵 바꾸기의 덫에, 밤에는 머리맡에 묻어둔 빵의 덫에. 배고픈 천사가 놓은 가장 고약한 덫은 꿋꿋함이다. 배도 고프고 빵도 있지만 먹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게 단단히 얼어붙은 땅보다 혹독해지는 것이다. 배고픈 천사는 아침마다 말한다. 저녁을 생각해. pp.133
빵 바꾸기는 필수다. 그 과정은 빠르지만 늘 아슬아슬하게 과녁을 비껴간다. 빵은 시멘트처럼 기만한다. 시멘트 병에 걸리듯 빵 바꾸기 병에 걸릴 수 있다. 빵 바꾸기는 저녁의 소요이며 눈에서 불꽃이 튀고 손가락이 떨리는 사업이다. 아침에는 빵 저울의 접시를, 저녁에는 빵과 상대의 눈을 더듬는다. pp.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