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에 글을 읽을 줄 알았던 여성들은 양반집 부녀자들과 궁녀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채제공에 의하면, 한글을 깨우친 부녀자들이 패설을 경쟁적으로 빌려 읽었다고 했다. 여기서 패설이란 소설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항간에 떠돌던 잡다한 이야기를패설이라 일컫다가 이내 소설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채제공의 글 에 따르면, 이미 18세기 중반에 사대부 집안의 부녀자들이 소설 읽기에 탐닉했으며, 비녀나팔찌를 파는가하면 빚을 내고 가산을 탕진할 정도로 세책에 흠뻑 빠져 지냈다. 세책의 종수가 천백 가지를 헤아릴 정도였다니 실로 다양한 작품이 세책의 대상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