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안 했으면 어땠을까. 진짜 나에 대해서. 내가 간절히 바라는 삶에 대해서. 할머니가 이렇게 일찍 죽을 줄 알았다면 죽을 때까지 거짓말을 하며 예쁜 손녀로 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더는 내 이야기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버리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할머니에게는 할머니 중심의 서사가, 나에게는 나 중심의 서사가 있다. 할머니의 서사가 발단, 전개, 위기, 절정을 거쳐 결말 부근에 이르렀을 때 내 서사는 전개 비슷한 것을 지나는 중이었다. 내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할머니의 이야기에 영향을 받으면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부정하면서 전개된다. p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