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동안 발표한 작품들을 모두 두 번씩 읽었고, 최근 작품 역시 예외는 아닐 것 같다.
그의 작품들,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 <애쓰지 않아도>는 모두 인간 관계와 소통의 깊은 이해를 담고 있다. 느슨해 보이는 연결이지만, 강한 결속력을 가진 관계의 아슬아슬함과 그 안의 긴장감을 잘 표현한다.
이번에 수록된 7편의 단편집 역시 그녀의 작품 특유의 느낌을 잘 전달한다. 이전 작품들과 조금 다른 점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인물 간의 관계가 대등에서 수직으로 변화한 것 같다. 선생과 제자, 선배와 후배, 이모와 조카 등 여러 다양한 관계가 그려지고 있으며, 이 관계의 본질적인 깊이와 변화를 세심하게 다룬다.
최은영 작가는 인물들의 입체적인 성격과 그들이 마주하는 상황을 꼼꼼히 그려냈다. 그림자 같은 관계의 불편함이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관계의 본질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작품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의 글쓰기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작품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와 <몫>에서 느껴지는 그의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은 그 스스로의 토로로 보인다.
이 단편집에서는 특히 <답신>과 <이모에게>가 가장 인상 깊었다. 이 두 작품은 가족 내 이야기로, 각각 다른 관점에서 그려진다. 가족 간의 관계와 소통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다루는 그녀의 강점이 여기서도 잘 드러난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의 작품이 조금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나는 그가 계속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작품을 써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