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 나온 이야기와 사람들은 사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신념을 가진 사람들. 착하고 순진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보고 있으면 답답함이 앞서는 그런 사람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인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마음의 한 편이 계속 불편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일까. 그러나 그들의 신념은 차라리 체념에 가깝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라는. 그들은 환경과 지구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 역시도 자기 자신을 위한 것들이었다. 주호와 희주는 둘 다 직장에서 불의에 저항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게 되거나 그럴 상황에 처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너무 다양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보다도 그러한 갈등 요소는 더 보편적이고. 또한 작품에 등장한 수영강사 역시 주변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의욕과 목표가 있지만 그것을 강압적으로 끌고 가며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그런 사람. 그러나 그 역시도 조직 내에서 힘없이 자신의 역할만을 해야 하는 사람. 그에 대해서는 동정이 가는 부분도 있다. 나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그럴까? 작가는 그러한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뭘 말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그렇게 아등바등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하는 것일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