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이 나의 삶으로 끝난다면야 이 인생은 탄생이라는 절정에서 시작해 차츰 죽음이라는 암흑 속으로 몰락하는 과정이 되겠지. 사실, 인생에 그런 일면이 없지는 않아. 육체에 고립된 삶이 바로 그렇지. 과학이 발달해 새 몸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다면 비관 같은 건 없을 거야. 하지만 육체를 가진 우리는 필멸하지. 늙어서 몸이 삐걱대고 병에 걸리면 그 사실을 확실히 알게 돼. 그러니 늙은 몸의 비관주의는 피할 길이 없어. 하지만 인간에게는 또한 정신의 삶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들려줬던 루이 라벨의 말, 고립과 고독의 차이가 생각나는 가?"
"예, 여기 노트 맨 앞에 적어놓았어요.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 해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pp.230-231
우리가 육체로 팔 십 년을 산다면, 정신으로는 과거로 팔십 년, 미래로 팔십 년을 더 살 수 있다네. 그러므로 우리 정신의 삶은 이백사십 년에 걸쳐 이어진다고 말할 수 있지. 이백사십 년을 경험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미래를 낙관할 수밖에 없을 거야. p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