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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 맞은편에는 딥마인드의 수석 프로그래머 아자황이 자리를 지켰다. 왼쪽의 작은 컴퓨터 단말기에 인공지능 알파고가 선택한 수가 뜨면 그걸 보고서 바둑판에 대신 돌을 놓는 역할이었다. 다섯 번의 대국이 끝나고, 이후 이세돌이 특유의 가냘픈 목소리로 돌연 은퇴를 발표해 세 상을 놀라게 한 뒤로 몇 년이 지났을 때, 이세돌은 닷새간이나 이어진 대국 내내 기묘할 정도로 평정심을 지킨 아자황에 관해 짓궂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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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이자는 대체 뭐지? 로봇아니면 자동기계, 마음도 감정도 없는 좀비, 순 얼간이 또는 바보와 바둑을 두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듣자하니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딥마인드 사람들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되므로
어떤 종류의 감정 표현도 해서는 안 되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눈앞에서 그렇게 행동하는 걸 보고 있으면 굉장히 불편해진다. 불편하다는 말로도 부족하지! 나는 괜히 그에게 소리를 지르고 다가가서 꼬집어보고 싶었다.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