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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의문점은 더 있었다. 인간을 향한 선생님의 그런 각오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오직 냉철한 눈으로 자신을 성찰하거나 현시대를 관찰한 결과일까? 선생님은 앉아서 생각하는 유의 사람이었다. 선생님 정도의 머리만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 세상을 생각해도 저절로 그런 사고방식을 얻게 되는 걸까? 그렇게만 생각되지는 않았다. 선생님의 각오는 살아 있는 각오 같았다. 불에 타서 뼈대만 남은 석조 가옥과는 달랐다. 내 눈에 비치는 선생님은 분명히 사상가였다. 하지만 그 사상가가 도출해낸 결론의 이면에는 강렬한 사실이 깔려 있는 듯했다. 자신과는 거리가 먼 남의 사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통절하게 맛본 사실, 피가 끓어오르거나 맥박이 멈출 만한 사실이 내재되어 있는 듯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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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묘가 선생님과 깊은 사연이 있는 사람의 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선생님의 생활에 다가가면서도 가까이 갈 수 없었던 나는, 선생님의 머릿속에 생명의 단편斷片으로서 존재하는 그 묘를 내 머릿속에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내게 그 묘는 완전히 죽은 것이었다. 우리 사이에 있는 생명의 문을 여는 열쇠는 되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 사이에 버티고 서서 자유로운 왕래를 방해하는 마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