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은 취조실에서 미조부치와 마주앉았다. 오른쪽에 통역이 앉고 그 맞은편 책상에서 서기가 신문 내용을 기록했다.
- 이름, 나이, 직업을 말하라.
-이름은 안응칠, 나이는 서른한 살, 직업은 포수다. pp.188
-평소에 존경하는 사람이 있는가?
ㅡ없다.
-평소에 적대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한사람 있다.
-그게 누구인가?
-이토 히로부미다.
-왜 이토 공작을 적대시하는가?
-그 이유는 많다. 지금부터 말하겠다.
사실관계를 추궁할 때 미조부치는 안중근을 신문하기가 수월했다. 안중근은 유리한 정황을 들이대지 않았고 불리한 정황을 아니라고 우겨대지 않았다. 간단히 묻고 짧게 답하니 말이 깔끔 하게 되어갔다. 안중근도 마찬가지였다. 대답하기 싫고, 대답할 필요가 없는 질문에 말을 아낄 수 있었다. pp.189
이토가 없는 자리에서 일본의 검찰관을 상대로 이토를 쓴 이유를 진술하자니 맥빠지는 일이었지만, 말은 편안하게 흘러나왔다. 안중근이 이토를 적대하는 이유를 진술하는 동안 미조부치는 가끔씩 눈살을 찌푸렸으나 진술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서기가 안중근을 힐긋거리면서 진술을 받아 적었다. pp.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