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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가 잠자코 들으며 못을 박는다. 그는 문득 호시절을 지나고 있음을 느낀다. 딸에겐 젊음과능력이 따르고 자신에겐 체력과 연륜이 따르는 이 시절. 별다른 슬픔 없이 서로를 도울수 있는 이 시절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영원할리 없다. 딸과 함께 흘러온 삼십 년이 웅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머리가 검은남자가 곧은 자세로 서재를 빠져나간다. 그와 닮은 눈매를 가진 여자가 서재에 남아 글을 쓴다. 그들은 아직 서로를 잃지 않았다. 슬아의 책꽂이는 상실을 모른다는듯이 차곡차곡 채워질 것이다. 웅이의 공구실 문도 몇백 번은 더 열렸다가 닫힐 것이다.
미소짓는슬아의 가슴속에 하나의 문장이 조용히 떠오른다. 여전히 사람들은 좋은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슬아에게 그것은 흔들리지 않는 진리 중 하나다. 사람들이 좋은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걸 믿지 않았다면 어떻게 계속쓸수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