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론의 시선이 윌리엄 스토너에게 되돌아왔다. 그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 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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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훨씬 더 나이를 먹은 뒤에 그는 학부의 마지막 두 해를 되돌아보며 마치 다른 사람의 기억을 돌아보듯 까마득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시간은 익숙하게 흐르지 않고 발작처럼 뚝뚝 끊겨 있었다. 순간과 순간이 나란히 놓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소외되어 있어서, 그는 자신이 시간과 동떨어진 곳에서 고르지 못한 속도로 돌아가는 커다란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만들어 낸 장면-옮긴이)를 보듯이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