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자기 자신의 슬픔 때문에 우는 것이었다. 이모로서는 이 순간이 슬펐고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울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pp.368
며칠 사이에 삶은 여러 번 같은 무대에서 배역을 바꿔가며 우리 를 시험했다. 처음에는 친구와 애인에게 한꺼번에 배신당한 가련 한 여인 역의 이모와 몇 달 동안 그리던 사랑을 만날 기대에 부풀 어 있는 기다림의 화신 역의 내가 등장하여 열연을 펼쳤다.
그러나 이제 배역이 바뀌어 내가 배신당한 역을, 이모가 새로운 사랑의 시작에 도취한 역을 맡게 되었다. 나는 이모와 허석과 할 머니에게 한꺼번에 배신당했으며 더욱 비참한 것은 그렇게 배신 당한 것을 아무에게도 눈치 채여서는 안 되므로 이모처럼 노골적 으로 비탄에 빠질 수도 없고 위로나 배려를 받을 수도 없다는 점 이었다. 내 고통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의 내면 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p. 372-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