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사무치게 울었다. 아무도 임금의 울음을 말릴 수 없었다. 강 건너로 지는 해가 마루 위로 도열한 중신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고, 중신들은 임금의 울음이 스스로 추슬러질 때까지 임금을 따라 울었다.
서울을 버리기 전날 밤에 임금은 말했다
-종묘와 사직이 여기에 있는데 내가 어디로 가겠느냐?
그때 임금은 장은의 짚신을 거둬들였고 왕자와 비빈들에게 피난 차비를 갖추게 하고 있었다. 서울을 버릴 때 임금은 울었다. 임진강을 건널 때 임금은 중신들을 이름으로 부르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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