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다음이다. 내 논문과 문제의 인터뷰 에 대해 비교적 단순명료한 기사들이 몇 차례 나간 뒤에는 다른 종류의 요청이 들어오 기 시작했다. 내가 천문학을 선택하게 된 극적인 이야기와 '업적'을 이룬 경험을 공유 해 다른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달라나. 나는 연구 과제가 끝나면 급여도 경력도 바 로 단절이기 때문에,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 외에도 먹고살기 위해 다음, 또 그다음 연구 과제를 수주할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데, 한 해에도 몇 번씩 정규직 채용공고에 원 서를 내고 탈락하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 결코 누군가에게 희망적일 리 없 다. 내가 이 직업을 포기하지 않은 채 정규직으로 취직하고, 내가 기여한 연구 프로젝 트가 성공적으로 완수되고, 후배 천문학자들의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다음에라야 과거의 고군분투가 무지갯빛 희망으로 물드는 것 아니겠는가. (전자책 기준 53%)
나를 더욱 곤란케 하는 것은, 내가 어떤 대단한 계기로 천문학을 선택한 것도, 어릴 때부터 오매불망 천문학자가 되기만을 그리다 마침내 꿈을 이룬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다. 누구에게나 각자 인생의 흐름이 있는 것이고, 나는 삶을 따라 흘러 다니며 살다보 니 지금 이러고 있다. 어느 분야로 가든 대학원은 다닐 생각이었기 때문에, 평행우주 속 나는 지금쯤 생물학자거나 영문학자거나 고고학자일 수도 있다. 아니면 '박사네 떡 볶이' 가게 사장일 수도 있다. 그 모든 '나'들도 사람들에게 들려줄 그럴듯한 전공 선택 계기가 없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겠지. (전자책 기준 53%)
언론은, 어찌면 사람들은, 대단한 과학자를 집중 조명하고 싶어한다. 고난을 극복한 영웅담에 빨리 감탄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과학자를 여럿 키워서 그중 한 사람이라도 대단해지는 과정을 지지하거나 지켜보는 것은 별로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세계적 과 학자가 어디서 뿅 하고 갑자기 나타날 리 없는데. (전자책 기준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