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릴락 말락 한 그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새어나온 건 줄 알고 움찔했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양, 내 판에는 곧 쇠스랑 의 날이 제목을 찌를 것을 예감한 혁명기의 몰락 왕비처럼 도도 하게 턱을 든 채 책상 아래로 눈만 깔고 있었는데, 그렇게 나 아닌 척 꾸밀 필요가 없었다.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p.144
K가 그냥이라는 말로 얼버무리려 든 것을, 훗날의 나는 온 영혼 을 다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직관적으로 뱉어는 놨는데 구체 적으로 설명해보라면, 그 더러움이 이유 없거나 더러움의 정체를 몰라서가 아니라 더러움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여 타인에게 설득시 킬 말을 아직 다 배우지 못해서 말하기 어려울 나이였다. p.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