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은 어느새 조금 수그러들었고 남은 장작도 얼마 되지 않았다. 여자아이는 언제부턴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남자아이가 이제 가자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망설이고 있었다. 뭘 기다리고 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잠든 여자아이의 얼굴은 오래전 누군가의 얼굴을 떠오르게 했다. 그것은 나에게 간절한 마음이 들게 했고, 나는 그 모순을 견딜 수 없었다. 불을 피운 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온기가 낭비되지 않도록 좀더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