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자신은 여 자로 태어난 어느 여자의 힘보다 더 강한 힘을 갖고 그것을 지키는 자이다. 하나씩 놓고 보면, 각각의 환시는 그리 이단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같이 놓고 보면 일반적인 것과는 아주 동떨어져 있어서 틸 드는 숨이 막힌다. 그녀는 자기 눈을 가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 책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 사실은 이미 안다. 누가 그것을 썼는지 대번에 밝혀질 것이고, 남은 수녀들이 받아야 할 벌은 즉각적이고 가혹할 것이다. p.323-324
하지만 그 순간 부수녀원장 보좌 고다의 무거 운 발소리가 홀에 들리고, 그녀는 문손잡이를 잡으려다가 겁에 질 려 생각 없이 그 작은 책을 집어 불속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불이 푸른 불꽃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양피지를 먹어치울 때 마리의 조 심스러운 글씨가 거미 다리처럼 구겨지는 것을 지켜본다. p.324
틸드는 신비주의자의 시야를 갖는 축복을 받지 못해서, 그 불로 얼마나 많은 것이 사라졌는지 알지 못한다. 전 수녀원장의 자취, 다 음 밀레니엄에 다른 길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환시가 사라졌다. 새 로운 공사를 위해 축적된 강력한 지식이 사라졌다. 선의가 마침내 꽃을 피우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참으로 느리게 흘러가고, 만개한 독성은 그것의 원래 생존 기간보다 몇 세기는 더 길게 이어진다. p.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