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이틀을 진통한 끝에 아이는 한숨을 쉬듯 낮게 울며 태어났다. 검고 푸르고 주름진 아이의 얼굴을 본 순간, 시원始原이 떠올랐다. 아직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두 눈과 입술, 투명한 손과 발에 내가 그 이름을 입혔다. 그 이름으로 부를 때마다 아이가 응답하는 것도,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눈을 맞추는 것도 놀라웠다. 이제 그 시간은 지나가버렸다. 내 인생에 다시 그런 순간은 없을 것이다. 시원은 내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고통이나 후회 없이 그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