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펜야의 추함에 매료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겉과 속이 뒤바뀐 그녀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그것은 숭배로 이어졌다. 혐오감을 느꼈다면 무뚝뚝하게 굴었을 테고 저울의 접시 앞에서 위험을 무릅써야 했을 것이다. 나는 굽신거리는 나 자신에게 구역질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그녀가 준 빵을 맛있게 먹고 몇 분간 배를 반만이라도 채운 다음이었다. pp.121
살의가 이성을 삼켰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사냥개 떼였다. pp.125
절대영도에는 세칙이 없다. 법이 필요 없다. 배고픈 천사가 뇌를 훔치는 도둑이라면 절대영도는 법 자체다. 빵의 정당성에는 현재만 있을 뿐, 전후 과정이 없다. 완벽하게 투명하거나 완벽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다. 빵의 정당성은 배고픔이 뒤따르지 않는 폭력과는 다른 폭력이다. 빵의 법정에는 일반적인 도덕이 들어설 수 없다. pp.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