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괴롭히는 것은 남자들의 성기 에 내포된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단지 그것이 바지 안에 감춰져 있다는 사실 자체였다. 나에게는 내가 그것의 존재함(존재 자체가 아니라)을 의식하는 것이 지나치게 의식되었다. 혹시 부주의한 내 눈길이 이성의 만류를 배반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성기가 있는 부 분으로 향해지지나 않을까 의식했으며, 그래서 번번이 일부러 다 른 곳을 쳐다보려고 하다보면 또 그러고 있는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이 의식되었다. pp.125
그것은 성에 대한 고민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해서 금기에 대한 번민이었다. 삶에 대한 깊은 관심과 관찰력 탓에 성에 대한 금기 를 조금 일찍 의식하게 되었다는 사실, 단지 그것 때문에 나는 고 통받았다. pp.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