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앞으로 흘러가는 한, 그녀에게 두려운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두려운 건 과거였다. 칼자국이 작살에 배가 꿰뚫린 채 물속으로 잠겨들던 시간이었으며 폭풍우 몰아치던 밤이었다. 그녀가 진정으로 두려운 건 가슴을 풀어헤친 채 미친년처럼 바닷가를 허우적거리던 순간이었으며, 시간이 거꾸로 흘러 그 순간이 영원히 반복되는 거였다. 그래서 그녀는 잠드는 것이 두려웠다. 잠이 들면 꿈을 꾸고 꿈을 꾸면 어김없이 칼자국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p.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