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수의 독경이 점차 빨라지고, 악사들의 장단도 중중모리에서 자진모리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작두를 타는 몸짓도 다급해진다. 등판은 벌써 땀으로 푹 젖었다. 신애기도 매한가지다. 이제 누가 더 오래 버티나의 싸움이다. 이 서사의 주인공을 가르는 건 그것이다. 과장되게 눈을 까뒤집고 몸을 억지로 떨며 신접 흉내를 내는 것은 지금 내겐 무용한 일이다. 자연스럽게 몸이 떨리고 눈이 뒤집힌다. 오금이 무지근하게 당겨온다. 발바닥은 뜨겁고 끈적한 피로 흥건하다. 황보가 뜨악한 얼굴로 내 쪽을 본다. p.279-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