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 어떻게 행동했으면 그런 저주를 피할 수 있었는지 내가 정확 하게 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기가 제대로 거행하지 않은 마법의식이 무엇이고, 자기가 어떤 제물을 바치지 않아서 이렇게 됐는지를 알려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이런 반응을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여전히 뭐라고 대답해 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비통함 앞에서 지식은 박막처럼 떨어져 나간다. 인생은 도덕극이 아냐. 병은 병에 불과하고, 그것에 숨겨진 의미 따위는 없단다. 우리는 신의 분노를 달래는데 실패한 것도 아니고, 4대 정령과 거래하려다가 실패한 것도 아냐. 정신이 제대로 박힌 어른이라면 누구나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런 지식은 피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가 어떤 수준에서는 여전히 가장 힘들게 터득한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는 인간에게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전자책 기준 78%)
그러나 <공간의 난도질당한 신비적 공감 능력자들>은 달관한 어조로 말한다. "이 병원의 의사나 간호사들은 네 어머니가 끔찍한 병에 걸렸다고 하면서 너를 위로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모든 사람이 진실을 알게 될 거야. <실버파이어>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비실재의 법열>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상태라는 걸. 네가 보고 있는 건 어머니의 얼어붙은 껍질에 불과해. 하지만 그 내부에 있는 공의 영역에서는 위대하고 멋진 변용이 일어나고 있단다." (전자책 기준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