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읽은 후 16년만에 다시 읽었다. 당시 김훈 작가의 작품들을 처음 읽었던 터라 충격적이었는데 이후 나온 작품들을 거의 다 읽었다.
충무공 이순신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지만 그의 삶과 내면까지 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의 <난중일기>가 그러한 것을 말해주었고, 영화 <명량>에서도 나온바 있지만. 그러나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 이 책에서는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작가로서도 이순신에 대해서 '인간적 내면'을 그려내기가 녹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갑옷보다 두꺼운 '금기(?)'를 걷어내고 다른 면목을 보이기가 쉬웠을까.
제목의 '노래'는 절규이자 울부짖음과 같다. 그 노래는 칼이 내는 것이었지만 이순신의 절규이기도 하고, 아군 장수들의 절규이기도 하고, 적장들의 절규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노래는 비명과도 같았다.
이 작품은 이순신의 1인칭 시점이면서도 역사적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과 동시에 작가적 상상력으로 한 인간과 당시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반면 다른 인물들에 데헤서는 (이순신이 직접 보거나 들은 것이 아님에도) 관찰자적인 시점 혹은 전지적인 시점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여러가지 시점이 혼합되어 있으나 이것이 작품의 이해를 해치지는 않았다.
김훈 작가의 문체는 짧고 강하다. 처음엔 무척 낯설고 빨리 읽어나가기 힘들었으나 한 번 익숙해지자 그 문체에 매료되었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들을 계속 읽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돌아돌아 16년만에 다시 접한 이 책은 처음의 그 느낌이 남아있으면서도 또 달랐다. 이젠 익숙해져서일까?
그의 문체는 적나라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고 묘사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더더기가 붙은 문장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 역시 눈에 익으니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문체의 차이는 시점의 차이와 앞서 말한 차이들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아마도 오랫동안 명작으로 남을 듯하다.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지금과는 또 다르겠지.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이해하게 되는 것이 많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