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씨는 말을 아꼈다. 나름의 상냥한 배려였으리라. 예전 같았으면 열등감을 어찌 못해 표정이 일그러졌을 테지만 칠 년이란 세월은 길었다. 우리의 애틋한 감정은 진작 풍화되어 무뎌졌고,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의 크기만큼 성장했다. 나는 팔짱 낀 채로 가슴속에 맴도는 묘한 기분을 전했다. pp.259
내 삶은 운동하고 책을 읽는 습관이 들면서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에 초원씨가 있었다. 삶 이 막막하고 헛헛할 때마다 내 말을 들어줬던 사람 역시 초원씨였다. 이미 너무 많은 걸 받았는데 더 바랄 게 무엇이 있으랴. 그저 은인의 행복을 바랐다. 건배와 함께 털어 넣은 술은 달았다. 마침내 기나긴 찌질함의 터널에서 벗어났음을 느꼈다. pp.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