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이 바닥나자 스파르타식 삶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몽펠리에대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의 학부생들은 부랑자처럼 넝마를 걸치고 수업 전에 교실 바닥에서 자는 이 남자가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pp.83/209
2010년 그로텐디크가 친구 뤼크 일뤼지에게 보낸 편지에는 '발표 금지 요구'가 적혀 있었다. 편지에서 그로텐디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미래의 판매를 모조리 금지하며 자신의 모든 저작물을 도서관과 대학에서 회수하라고 요구한다. 출간 여부를 막론하고 자신의 글을 팔거나 인쇄하거나 유포하려는 모든 사람을 협박한다. 그는 자신의 영향을 무효화하고 고요 속으로 사라져 자기 존재의 마지막 흔적까지 지우고 싶어한다. “모두 사라지게 해주게, 당장!" pp.89/209
그로텐디크는 자신이 인간을 증오하지 않으며 세상에 등을 돌린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자신의 고립은 도피도 거부도 아니요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그로텐디크는 자신의 발견 때문에 누구도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새로운 공포의 그림자"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에 대한 설명은 거부했다. pp.9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