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트처럼 붙어다녔다. 수민이 소금이라면 나는 후추 랄까. 우리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수민이 발랄한 쪽이 라면 나는 얌전한 쪽. 수민이 적극적인 쪽이라면 나는 소심한 쪽. 우리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고 서로의 자리를 넘보지 않 았다. 어쩌면 그게 오랜 우정의 비결일 수도. p.17
그런 걸 타고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세계를 긍정적으로 감각하는 능력 같은 것. 수민 앞에 각양각색의 실패를 가져다놓으면, 마법 지팡이 라도 흔드는 것처럼 그것들을 그럭저럭 견딜 만한 것으로 만 들어주었다. 나는 그걸 수민 매직이라고 불렀다.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