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옛 서정시에서 시대를 초월한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가짜 부모들의 명령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개인의 목소리 가 거기에 있어서다.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 등의 서사시의 시대 가 서정시의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집단'과 '전쟁'과 '애국' 과 '명예' 등등의 가치에 균열을 가져온 것은 서정시인들의 '나'의 •목숨과 사랑에 대한 단호한 애착이다. 그 맨 앞자리에는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라는 문장으로도 유명한 아르킬로코스가 있다. 그리고 그 시대를 상징하는 가장 아
름다운 목소리는 여성의 것인데 그 이름은 사포다. pp.166
이런 개인들의 목소리를 옹호하는 일은 공동체의 운명에 무관 심하고 무책임한 개인이 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다만 권세 있는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애국하라고 말할 때 그 말은 자신 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우리에게 하라는 말이어서 따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하고도 가능한 일은, '평상시에' 누군가의 사랑이 다른 누군가의 사랑보다 덜 고귀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 '유사시에' 돈도 힘도 없는 이들의 사랑이 돈 많고 힘있는 이 들의 사랑을 지키는 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 그리하여 '언 제나 우리 각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그러니까 평화를 함께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이런 것도 애국이라 면, 애국자가 될 용의가 있다. pp.167-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