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밀려드는 시선은 이미 쏟아내기 시작한 막말을 막아내기엔 한참 부족했다. 스물한 살이 된 지 석 달째 되던 그날. 성인이 된 순간부터 참아왔던 설움을 미친 듯 쏟아냈고 넋두리는 심여사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강의실로 돌아왔을 땐 눈물 콧물 다 쏟아서 얼굴이 시뻘겋게 부은 채였다. pp.54
그때 만약 내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알았더라면, 하다못해 교수님께 전화를 걸 '시근머리'라도 있었다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터. 하지만 그땐 출근 첫날 회사를 관두었을 때 생길 불이익이 무엇보다 두려웠다. 원장에게 그냥 통원 치료를 받겠다고 했고 무지의 대가는 고통으로 돌 아왔다. 그날 밤은 내 생애 최대로 앓았다. 감각이 돌아오자 피부에서 찌그러지는 듯한 통각이 느껴졌다. 발목에 꺼지지 않는 불이 붙은 것만 같았다. 입에선 이따금 끅끅하는 신음이 흘렀다. 아픔과 설움이 섞이고 진땀과 눈물이 섞인 밤이었다. p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