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시인의 이름을 많이 들어보았고 이 시집의 제목도 많이 들어보았지만 정작 그 안에 있는 시들은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독파에 이 시집이 올라왔을 때, 이 시집을 읽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은 그의 시에 대한 궁금함과 시를 읽고 싶은 마음이 합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집에는 꽤 많은 시들이 담겨 있다. 마치 상자 안에 사과가 하나 하나 들어 있듯, 그의 시를 꺼내어 맛보았다. 언뜻 시큼한 맛이 나기도 했고 또는 밍밍한 느낌이 드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희한했다. 그의 시들은 맛있었다. 아주 맛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먹을만하다보다는 좀 더 나은... 그의 시집이 왜 인기가 있는지, 그의 시들이 왜 종종 인용되는지 알 것 같다.
그의 시들은 서정적이다. 이별과 슬픔을 다룬 작품들이 많지만 여러 감정들을 그리 무겁지 않게, 또는 감정을 배제한 듯 보여준다. 때론 은유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은유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바로 알 수 있다. 어느덧 시인의 마음에 동화된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궁금해진다. 특히 미인이라는 인물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와 이야기하는 대상들은 누구일까. 아니면 혼잣말일까. 혼자든 혹은 누가 있든 결국 그것들은 독자들에게 하는 말일 것이다.
또한 작품의 시대가 언제쯤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1980년대 혹은 1990년대와 같이 좀 더 아련한 느낌을 준다. 일부러 고른 듯한 단어들, 소품들이 투박하고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마치 마음의 향수랄까. 그러한 것 역시 마음의 공명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러한 시들 사이사이에 시대적, 사회적 아픔을 다룬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슬픔은 슬픔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그의 슬픔은 우리를 관통하고 나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나는 그의 시를 가져다가 며칠은 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