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 든 그것은 나에게 있어 매우 새로운 삶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 나 어른들과 달리 나는 새 삶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새로 만난 삶 이 또 새로운 방법으로 나를 조롱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어차 피 그곳에서도 나는 삶을 멀찌감치 두고 보려고 애쓸 것이다. 그 뿐이다. pp.426
그러므로 누 가 누구를 배신한 것이며 누구의 배신이 더 심각한가 따위, 배신 의 진앙과 진도를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런 것을 따지다보면 결국 우리는 스스로 의도하진 않았다 할지라도 누군가를 배신하 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를지도 모른다. 마치 서로 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처럼 심상하게 얽혀 짜여져 있지만 이 삶 속에서 누군가의 적이 되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한 것처럼, 삶 속에는 타의가 있는 법이니까. pp.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