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216
아주머니의 태도 중에 어느 쪽이 진심이고 어느 쪽이 거짓인지 짚어봤습니다. 그러나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판단이 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째서 그런 묘한 태도를 취하는지 그 심리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이유를 생각해봐도 알 수 없었던 나는, 그 책임을 여자라는 두 글자에 덮어씌우고 넘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필시 여자니까 그렇겠지, 여자란 어차피 어리석은 존재다. 사고가 벽에 부딪힐 때면 나는 언제나 이렇게 결론지어버렸습니다.
139/216
아주머니와 따님과 내가 이런 관계로 살 때, 다른 한 남자가 끼어들게 되었습니다. 그 남자가 하숙집의 일원이 된 일은 내 운명에 크나큰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만약 그 남자가 내 생활 행로를 가로지르지 않았다면, 아마도 자네에게 이렇게 긴 편지를 남길 필요도 없었겠지요. 나는 어이없게도 마魔가 지나가는 길목에 서서, 그 순간의 그림자가 내 일생을 어둡게 만들었다는 걸 깨닫지 못한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