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시는 행과 연 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 면서 아래로 쌓여가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그런 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생 도행과 연으로 이루어지니까.
'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 그것은 빈 바구니예요. 당신의 인생을 거기 집어넣고 그로부터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 죠." (메리 올리버) 이런 생각까진 못했어도 10대 후반의 어느 날 부터 시를 좋아했다. 스물몇 살 때 사람들 보라고 처음 어딘가에 연재한 글도 시화를 흉내낸 것이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그때 의 것을 닮은, 내 글쓰기의 원형이다. pp.7